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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9부 ― 라이벌, 아르디아의 천재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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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첫 골 이후 노르드윈드는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역 신문에는 “섬소년의 바람, 북부를 뒤흔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고, 몇몇 클럽 스카우트들도 흥미롭게 그 이름을 메모했다. 하지만 리안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새벽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공을 조용히 찼다.
    그날도 그는 잔디 위에서 바람의 결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남쪽 바람이야… 부드럽지만, 안에 힘이 숨어있네.”

    그 순간,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을 믿는다는 소문, 진짜였구나.”
    리안이 고개를 돌리자, 푸른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햇살을 받은 금빛 머리카락, 가볍게 미소 짓는 얼굴, 그러나 눈빛은 냉정했다.
    “난 레오네. 아르디아 SC 소속이야. 들어봤겠지?”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벨타노 리그 1위 팀이잖아요.”
    “그래. 다음 경기가 우리랑이지.”
    레오네는 공을 하나 들어 손가락으로 가볍게 돌렸다.
    “노르드윈드, 바람의 팀이라더라. 재밌겠어. 하지만 바람은 불어도, 기술은 거짓말을 안 해.”
    그는 공을 허공으로 던지더니 발끝으로 단 한 번에 멈춰 세웠다. 그 움직임은 마치 바람이 멈춘 듯 완벽했다.
    리안은 웃으며 말했다.
    “멋지네요. 하지만 바람은 기술보다 빠르다고 생각해요.”
    레오네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럼 경기장에서 확인하지.”

    경기 날, 벨타노의 하늘은 높고 맑았다. 경기장은 만원이었다.
    “리그 1위 아르디아 SC vs 돌풍의 신예 노르드윈드 FC!”
    해설자의 목소리가 웅장하게 울렸다. 관중석엔 이미 레오네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이 가득했다.
    하지만 리안은 평소처럼 고개를 들어 바람을 느꼈다.
    오늘의 바람은 이상했다. 일정하지 않고, 방향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시험의 바람이네…”

    경기가 시작되자 아르디아는 완전히 다른 수준을 보여줬다.
    패스는 빠르고, 선수들의 위치 이동은 기계처럼 정교했다.
    노르드윈드는 수비에 급급했고, 리안은 제대로 공을 잡지 못했다.
    전반 10분, 레오네가 공을 받았다.
    그는 한 발, 두 발 드리블을 하더니 그대로 공을 찼다.
    공은 번개처럼 날아가 골대 구석을 흔들었다.
    0대1.
    관중석이 폭발했다. “레오네! 레오네!”

    리안은 숨을 고르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레오네는 손을 들어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은 냉정했다. ‘이게 진짜 축구다.’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리안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멋졌어요. 하지만 바람은 아직 반응하지 않았어요.”

    전반이 끝날 무렵, 리안은 코너킥 찬스를 얻었다.
    그는 코너 플래그 옆에 서서 깃발을 바라봤다. 바람이 반대로 불고 있었다.
    “지금 역풍이야…”
    릴라 매니저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각도에서 저렇게 불면 절대 안 들어가는데…”
    리안은 숨을 고르고 공을 찼다.
    공은 예상대로 휘어졌지만, 곧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밀어주듯 공을 잡아당겼다.
    볼은 수비수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대 뒤의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말도 안 돼! 그 각도에서?”
    리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바람이 늦게 왔네요. 그래도 와줘서 다행이에요.”

    전반은 1대1로 끝났다.
    후반이 시작되자 레오네는 속도를 높였다.
    그는 리안을 지나칠 때마다 낮게 말했다.
    “이제 네 바람은 그쳤어.”
    하지만 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공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순간, 그는 몸을 돌려 패스를 끊었다.
    바람의 흐름이 바뀌는 그 순간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그는 그대로 드리블을 이어갔다.
    “리안, 오른쪽!”
    카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바람은 왼쪽이에요!”
    그는 왼발로 강하게 찼다. 공은 수비수를 피하며 골문으로 향했지만, 이번엔 골키퍼가 막았다.
    공은 다시 튕겨 나왔고, 레오네가 잡았다.

    그는 공을 멈추며 리안을 바라봤다.
    “나쁘지 않아. 하지만 네 바람은 아직 내 하늘 아래 있어.”
    그 말과 함께, 그는 순식간에 돌파했다.
    리안은 그를 쫓았지만, 레오네는 이미 슈팅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은 두 번째로 골망을 흔들었다.
    0대2.

    경기는 결국 아르디아의 승리로 끝났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지만, 리안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에서 바람이 다시 불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이겼네요, 레오네. 하지만 바람은 아직 제 편이에요.”

    레오네가 고개를 돌렸다.
    “재밌는 녀석이네. 패배하고도 웃을 수 있다니.”
    “바람은 한 번 멈추지만, 다시 불거든요.”
    “그래. 그 바람이 내 하늘을 넘을 수 있다면… 그때 널 진짜로 인정하마.”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마주쳤다.
    손바닥 사이로 바람이 스쳤다.

    그리고 리안은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이 하늘을 넘어서겠다고.
    그날 이후 레오네는 리안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
    아르디아의 천재와 노르드윈드의 바람.
    그들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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