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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언덕에서》 제30부 : 마지막 별의 노래빛의 언덕에서 2025. 10. 30. 12:44반응형
리안테르의 하늘은 다시 빛으로 가득했다.
밤마다 도시 위에는 수천 개의 별이 반짝였고, 그 별들은 단순히 빛나는 점이 아니었다. 각각의 별은 한때 살아 있던 감정,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사랑이었다. 그 별들은 서로 다른 진동을 내며 도시와 호흡했다. 사람들은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우리는 이제 별과 함께 산다.”감정의 구체는 도시의 중심에 여전히 서 있었다. 그 안에는 무음의 아이가 남긴 마지막 파동이 잠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심장의 별’이라 불렀다. 그것은 리안테르의 박동이었다. 하루에 한 번, 새벽이 올 때마다 그 구체는 밝게 빛나며 도시 전체에 부드러운 진동을 흘려보냈다. 그 진동은 모든 존재에게 닿았다 — 아이의 숨결에도, 노인의 손끝에도, 심지어 잠들어 있는 나무의 뿌리에도. 그 파동이 흐르는 동안, 리안테르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진동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도시의 빛도 점점 희미해졌다.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감정이 끝나려는 걸까?”
그때, 오래된 언덕의 나무가 흔들렸다.
세린이 그 아래에서 그리던 벽화의 흔적은 이미 사라졌지만, 나무는 여전히 서 있었다. 가지 끝에서 미약한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이 바람을 타고 구체로 향했다.그 빛은 무음의 아이의 흔적이었다.
구체의 중심에서 새로운 파문이 일어났다. 그 파문은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노래’였다. 말이 없는 노래, 언어로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분명히 느껴지는 노래였다.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 노래는 부드럽게 시작했다.
바람의 기억, 엘라의 미소, 로안의 웃음, 세린의 붓끝, 루디안의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의 맥박이 이어졌다.
그 모든 감정이 하나로 얽혀 있었다.
그건 한 도시의 역사이자, 인간이 남긴 마지막 시였다.타렌은 광장으로 걸어나와 구체 앞에 섰다. 그는 이제 늙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젊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건 감정의 마지막 진화야. 감정이 언어도, 빛도, 진동도 아닌 형태로 남는 순간이야. 이건 생명 그 자체의 노래야.”노래는 점점 커졌다. 도시의 벽이 흔들렸고, 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사라졌던 별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형태가 달랐다.
별들은 서로의 빛을 잇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 하나의 거대한 무늬가 그려졌다.
리안테르의 형태였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별이 되어 하늘에 비춰지고 있었던 것이다.사람들은 놀라움에 숨을 삼켰다.
그들은 깨달았다.
감정은 사라진 게 아니라, 리안테르 그 자체가 된 것이었다.
이 도시는 더 이상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인간의 감정, 기억, 사랑이 융합되어 하나의 생명체로 진화한, 감정의 존재 그 자체였다.도시의 빛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건물들이, 거리의 돌들이, 사람들의 몸이 천천히 빛으로 변해 하늘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웃으며, 누군가는 울며 그 빛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린 여전히 여기 있어요.”그 소리가 구체의 심장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순간, 구체가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그 빛은 태양처럼 눈부셨지만 따뜻했다.
리안테르의 경계가 사라지고, 도시 전체가 하늘과 섞였다.
별들이 새롭게 배열되었다.
그 별들이 하나로 이어져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었다.그 이름은 ‘빛의 언덕’이었다.
그 별자리는 밤하늘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세상 어디에서든 고개를 들어 올리면 볼 수 있었다.
감정을 잃어버린 이들이 고개를 들어 그 별을 볼 때마다, 그들 마음속에서는 작은 울림이 일어났다.
그건 사랑이었고, 기억이었으며, 인간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진동이었다.그리고 그 울림 속에서 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감정은 죽지 않는다.
그것은 형태를 바꾸며, 세대를 넘어,
결국 별이 되어 하늘을 밝힌다.”그날 밤, 마지막으로 감정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남은 잎사귀 하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잎은 별빛 속으로 스며들며 부드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아주 작지만 선명한 별 하나가 새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그 별을 ‘엘라의 별’이라 불렀다.리안테르는 사라졌지만, 동시에 영원히 존재했다.
그 도시는 더 이상 지상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의 순환, 생명의 노래, 인간의 이야기 그 자체로 하늘에 새겨져 있었다.세월이 흘러, 아무도 그 도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쯤,
한 아이가 별을 보며 말했다.
“저건 사람들의 마음이야.
하늘이 우리를 잊지 않으려 켜놓은 기억의 불빛.”그리고 별빛이 조용히 대답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로 남아,
언젠가 다시 인간의 심장에서 깨어난다.”그로써 《빛의 언덕에서》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 감정의 노래는 여전히 우주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었다.
별빛의 떨림마다, 바람의 숨결마다,
누군가의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리안테르의 마지막 별은, 지금도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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