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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3부 ― 낯선 대륙, 벨타노의 하늘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3. 04:13반응형
벨타노는 거대한 도시였다. 리안이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그의 시야는 눈부시게 넓어졌다. 길거리에는 축구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넘쳐났고, 상점 간판마다 유명한 클럽의 엠블럼이 그려져 있었다. 공은 이 도시의 언어였고, 함성은 그들의 인사였다. 하지만 리안은 그 속에서 이상하게도 고립감을 느꼈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었지만, 섬의 바람과는 달랐다. 무겁고, 복잡하고, 어딘가 계산된 바람이었다.
그의 발끝은 여전히 가볍게 움직였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그를 흘겨보았다. 낯선 억양, 낡은 신발, 어색한 표정. 리안은 시장 구석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창문 너머로 번쩍이는 경기장 불빛을 바라봤다. 멀리서 함성이 들렸다. “벨타노! 벨타노!” 그 함성은 파도처럼 도시를 뒤덮었지만, 리안에게는 그 소리가 바람에 섞여 흐려졌다.
다음 날, 그는 ‘산포데스타 유소년 아카데미’의 테스트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리안이 꿈꾸던 ‘세계의 문’이었다. 운동장엔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전문 클럽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코치들이 번호표를 나눠주자 아이들은 정해진 자리로 흩어졌다. 리안은 자신에게 주어진 낡은 번호표를 가슴에 붙였다. “117번, 리안 브라이트윈드.”
테스트는 혹독했다. 패스, 드리블, 슈팅, 체력 테스트. 모든 것이 빠르고 정확했다. 리안은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았다. 그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웠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이곳의 아이들은 훈련된 기계처럼 움직였다. 리안의 ‘바람을 읽는 감각’은 이 인공적인 질서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었다.
그때, 구석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저 녀석, 엘리아르도 출신이래.”
“엘리아르도? 축구도 모르는 섬 아니야?”
“그런 애가 여길 왜 와?”
리안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공을 바라봤다.
‘괜찮아. 바람은 언제나 내 편이었잖아.’마지막 테스트는 미니게임이었다. 리안의 팀은 하늘색 조끼를 입었다. 상대는 붉은색 조끼 팀, 그 중심에는 금빛 머리를 가진 한 소년이 있었다. 레오네 피에트로. 사람들은 이미 그를 ‘벨타노의 천재’라고 불렀다. 공이 굴러간 순간, 리안은 처음으로 ‘진짜 축구의 속도’를 느꼈다. 레오네의 움직임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조차 공의 흐름을 지배했다. 리안이 접근하자, 레오네는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바람을 믿는다고 들었는데, 이 도시의 바람은 좀 다르지?”
그리고 순식간에 리안을 제쳤다. 공은 리안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골대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경기가 끝나고, 코치들은 합격자 명단을 불렀다. “번호 1, 3, 9, 12, 24…” 리안의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은 불고 있었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그가 돌아서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산포데스타의 보조코치였다.
“넌 기술은 부족하지만, 희한한 감각을 가졌더군. 공을 따라가지 않고, 공의 ‘예정된 방향’을 읽어내더군. 그런데 말이야, 그런 건 통계에 잡히지 않아.”
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전 떨어진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다른 곳을 추천하마. 노르드윈드 FC. 작은 클럽이지. 하지만 거기라면 네 바람이 통할지도 몰라.”리안은 고개를 들었다.
“그럼…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시작은 언제나 작은 곳에서 일어나지.”그날 저녁, 리안은 숙소 옥상에 올라 벨타노의 하늘을 바라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 사이로 수십 개의 풍선이 떠올라 하늘로 날아갔다. 아이들이 경기장에서 승리를 기념해 띄운 풍선들이었다. 리안은 속삭였다.
“나도 언젠가, 저 풍선처럼 올라갈 거야.”그는 손을 들어 바람의 방향을 느꼈다. 섬의 바람보다 거칠고 빠르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 바람이 그에게 속삭였다.
“리안, 두려워하지 마. 바람은 언제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니까.”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벨타노의 바람이구나. 이제 나도 불어볼게.”리안은 다음 날 새벽, 짐을 꾸렸다. 목적지는 약체 팀 ‘노르드윈드 FC’. 그 이름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바람의 북쪽이라니… 좋은 시작이잖아.’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 도시의 빌딩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그를 감싸 안았다.그 순간 리안은 알았다.
이곳이 바로,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걸.
그의 첫 ‘세계의 바람’은 지금 막 불기 시작하고 있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