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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6부 ― 바람을 보는 눈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6. 21:56반응형
노르드윈드의 다음 훈련 날, 바람은 유난히 거세게 불었다. 구름이 빠르게 흘렀고, 훈련장 위의 깃발이 부딪히며 연속적으로 소리를 냈다. 리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아요. 오늘은 바람이 말이 많네요.” 카이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리안, 네 바람 타령은 여전하네. 이번엔 무슨 말을 한다는 거야?” 리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잔디 위를 바라봤다. “오늘은 경기장이 동쪽으로 기울었어요. 공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흐를 거예요. 그걸 이용해요.” 카이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경기장이 기울었다니, 지금 농담하냐?” 하지만 바르탄 코치는 팔을 들어 팀을 멈췄다. “해봐라, 꼬마. 네 말이 맞는지 보자고.”
리안은 공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토미, 여기로 패스해주세요.”
공이 그의 발끝으로 굴러오자, 리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슈팅 자세를 취했다.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다. 리안이 공을 찬 순간, 공은 처음엔 약간 빗나간 듯 보였다. 그러나 공은 바람을 타고 곡선을 그리며 휘어 들어갔다. 골대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선수들이 동시에 놀란 소리를 냈다.
“진짜로 들어갔어… 바람 때문에!”
리안은 미소 지었다.
“이건 바람이 도와준 게 아니라, 우리가 바람을 이해한 거예요.”그날 이후 훈련 분위기는 바뀌었다. 리안은 선수들에게 ‘바람 읽기 훈련’을 제안했다.
“패스를 줄 땐 공의 무게만 보지 말고, 바람의 방향도 함께 생각해요. 슈팅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결과가 달라질 거예요.”
카이가 손을 들었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 경기마다 바람은 다르잖아.”
리안은 대답했다.
“그래서 매일 다른 연습을 하는 거예요. 바람이 달라지면, 우리도 달라져야 하니까요.”처음엔 다들 웃었다. 하지만 리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하루 종일 훈련장에 남아 공을 찼다. 오전에는 순풍, 오후에는 역풍, 저녁에는 가로바람.
그는 바람의 흐름에 따라 킥의 높이와 회전을 바꾸었다.
릴라 매니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저 아이는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바람과 춤을 추는 것 같아요.”며칠 후, 바르탄 코치는 선수 전원을 불러 모았다.
“오늘은 리안의 방식으로 훈련한다.”
그 말에 모두 웅성거렸다. 하지만 코치는 단호했다.
“우린 지금까지 너무 계산적인 축구를 했어. 하지만 축구는 자연이야. 공기와 시간, 감정이 함께 움직이지. 저 꼬마는 그걸 알아냈어.”그날의 훈련은 달랐다. 리안은 동료들을 각자 다른 포지션에 세우고 소리쳤다.
“지금! 바람이 오른쪽이야! 패스 방향을 틀어요!”
“카이! 공이 멈추면 안 돼요. 공도 바람처럼 흘러야 해요!”
처음엔 어수선했지만, 점점 팀의 움직임이 하나로 맞아떨어졌다. 공은 자연스럽게 흘렀고, 선수들의 몸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훈련이 끝났을 때, 바르탄 코치는 조용히 박수를 쳤다.
“좋다. 오늘 처음으로 바람이 우리 팀의 일부가 됐군.”훈련 후, 카이는 벤치에 앉아 땀을 닦으며 리안을 바라봤다.
“야,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네 말이 맞았어. 공이 바람에 실리니까 더 부드럽게 움직였어.”
리안은 웃었다.
“이건 내가 가르친 게 아니에요. 우리가 같이 배운 거죠.”
카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리안, 너는 바람이 어떻게 보이냐?”
리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보이는 게 아니라, 느껴져요. 바람은 소리 같아요. 소리를 들을 땐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잖아요. 바람도 그래요.”
카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 진짜 이상한 녀석이다.”
“근데 이상한 게 도움이 되면 괜찮잖아요?”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인정.”며칠 뒤, 리안은 코치실 문 앞에서 바르탄과 릴라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바르탄, 저 아이… 단순히 재능 있는 게 아니에요. 감각이 너무 특별해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저런 감각은 날카롭지. 빛나기도 하지만, 쉽게 부러지기도 해.”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바람을 보는 눈을 가진 아이에겐, 폭풍도 보여줄 거다.”
리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숨을 멈췄다.
폭풍이라니.
그 말의 의미를 그는 아직 몰랐다.밤이 찾아왔다.
훈련장이 텅 비었을 때, 리안은 혼자 남았다.
그는 다시 공을 올려차며 중얼거렸다.
“바람이 보인다. 공이 웃고 있어.”
그 순간, 하늘에서 불어온 돌풍이 공을 위로 끌어올렸다.
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가, 이내 별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리안은 눈을 감았다.
그는 느꼈다.
바람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길의 끝엔, 아직 만나지 못한 거대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