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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3부 ― 잔디 위의 약속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3. 22:36반응형
노르드윈드가 첫 승을 거둔 지 일주일, 도시의 공기가 달라졌다.
신문은 “기적의 바람, 노르드윈드 FC 첫 승리”라는 제목으로 리안을 표지에 실었다.
그러나 정작 리안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의 인터뷰를 피하고, 늘 하던 대로 새벽 훈련장에 나와 공을 찼다.
그의 눈엔 아직도 저 멀리, 더 큰 바람이 보였다.훈련장 한켠에서 릴라 매니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물었다.
“리안, 이제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에요. 우리가 이긴 건 운이었어요. 바람이 잠깐 우리 쪽으로 불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이긴 건 사실이잖아.”
리안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하지만 저는 다음 바람을 준비해야 해요. 바람은 기다려주지 않거든요.”며칠 후, 바르탄 코치는 팀 미팅을 열었다.
“다음 상대는 라치오라 FC다. 강팀이다. 3년째 상위권을 지키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건 상대가 아니라, ‘어제의 우리’다.”
그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들었다.
카이는 목발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그라운드 위에서 ‘바람이 누구 편인지’ 보여주는 거야.”그날 밤, 리안은 훈련이 끝난 뒤 혼자 운동장을 돌았다.
잔디 위의 이슬이 발에 닿았고, 달빛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카이 형, 그 말… 바람이 누구 편인지 보여주는 거.”
그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잔디를 손끝으로 쓸었다.
“여기, 내가 처음 넘어졌던 자리죠. 그날 난 울었고, 형은 웃었어요.
그날의 바람은 아팠지만, 지금은 다르네요.
이젠 그 바람에 내 숨이 섞여 있어요.”경기 당일,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가득했다.
릴라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비가 올지도 몰라요.”
바르탄 코치는 짧게 대답했다.
“좋지. 바람이 불 테니까.”경기가 시작되었다.
라치오라는 이름처럼 매서웠다.
그들은 노르드윈드의 패스를 분석한 듯 철저히 차단했다.
전반 20분, 상대 공격수가 수비를 뚫고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토미가 몸을 던져 막았지만, 공은 다시 튕겨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0대1.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리안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며 말했다.
“괜찮아요. 바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후반이 시작되자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공은 미끄러졌다.
하지만 리안은 그 미끄러짐조차 계산했다.
그의 눈엔 공의 흐름뿐 아니라,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방향까지 보였다.
그는 오른쪽 측면으로 뛰었다.
“토미! 낮게!”
토미가 공을 굴려줬고, 리안은 빠르게 달려가며 슈팅을 날렸다.
공은 빗물 위에서 미끄러지듯 골대로 향했다.
그러나 골키퍼가 손끝으로 쳐냈다.
관중이 탄성을 내질렀다.리안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바람이 아닌, 폭풍이에요. 그렇다면 버티는 게 먼저죠.”
그 말처럼, 그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비가 거세질수록 그의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그는 바람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후반 종료 2분 전, 라치오라가 코너킥을 얻었다.
모두가 수비에 집중하고 있었다.
공이 날아오자, 리안은 재빨리 그 궤적을 읽었다.
“지금이야.”
그는 점프해 머리로 공을 쳐냈다.
공이 멀리 날아갔고, 로렌이 그것을 받아 드리블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리안에게 연결됐다.
리안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의 앞엔 수비수 둘이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건 바람이야. 잡을 수 없어.”
그의 발끝에서 공이 떠올랐다.
순간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공은 수비수를 피해 날아갔고, 골문 안으로 휘어들었다.텅!
골망이 흔들렸다.
1대1.
비는 더 거세졌지만, 관중석의 환호는 폭풍보다 컸다.리안은 무릎을 꿇고 하늘을 바라봤다.
비가 그의 얼굴을 때렸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형, 들리죠? 우리가 바람이 됐어요.”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았다.
비에 젖은 유니폼은 무겁게 달라붙었지만, 그들의 웃음은 가벼웠다.
바르탄 코치는 벤치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잘했다. 오늘의 바람은 비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군.”
릴라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이 아이들, 진짜로 ‘노르드윈드’가 됐어요.”경기 후, 리안은 다시 잔디 위에 섰다.
그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을 느꼈다.
비에 젖은 잔디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 잔디 위에서 약속할게요.
다시는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 팀이 꺼지지 않게, 내가 끝까지 불겠다고.”하늘 위의 구름이 조금씩 흩어졌다.
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 리안의 머리카락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그건 마치 누군가의 손길 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그래요, 이제 정말… 다시 시작이에요.”
노르드윈드의 바람은 더 이상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었다.
그건, 그라운드 위에서 만들어진 영혼의 약속이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