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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5부 ― 바람의 부활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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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막바지, 차가운 공기가 훈련장 위를 가르고 있었다.
    노르드윈드는 여전히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기록은 초라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바람을 기다리는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람을 일으키는 팀이었다.

    바르탄 코치는 여느 때보다 이른 시간에 훈련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술도, 체력도 아니다.
    ‘바람의 흐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누가 공을 가지고 있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여전히 결연했고, 그 안에는 지난 패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날 훈련은 혹독했다.
    눈발이 날렸고, 공은 얼어붙은 잔디 위를 튀었다.
    토미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날은 공이 아니라 돌덩이를 차는 기분이네.”
    리안이 답했다.
    “그래도 차야죠. 바람은 멈추지 않잖아요.”
    그 말에 선수들은 다시 뛰었다.
    리안의 말은 이제 팀의 구호가 되어 있었다.

    며칠 뒤, 새로운 리그 일정이 발표됐다.
    상대는 1위 아르디아 SC.
    그 이름만 들어도 선수들은 숨을 삼켰다.
    리안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있었다.
    레오네.
    그는 완벽했다.
    리안을 압도했고, 바람을 꺾었다.
    이번 경기는 그 모든 것을 되돌릴 기회였다.

    경기 전날, 카이가 리안 곁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그 녀석과 다시 만나는구나.”
    “네, 형. 이번엔 다를 거예요.”
    “그 녀석을 이기려면, 네가 아니라 ‘우리’가 이겨야 해.
    너 혼자 불면 돌풍이고, 모두가 함께 불면 태풍이야.”
    리안은 미소 지었다.
    “태풍, 좋네요. 우리 이름에도 ‘바람’이 있으니까요.”

    경기 당일, 하늘은 청명했고, 바람은 일정했다.
    양 팀의 깃발이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경기장 입구에서 레오네가 리안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정했지만, 그 속엔 미묘한 존중이 섞여 있었다.
    “다시 만났네, 바람의 소년.”
    “이번엔 그냥 바람이 아니에요.”
    리안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이제, 저희는 ‘노르드윈드’예요.”

    경기가 시작되자, 아르디아는 곧바로 리그 1위다운 실력을 보여줬다.
    그들의 패스는 예리했고, 리듬은 완벽했다.
    리안과 동료들은 수비에 집중했지만, 전반 15분 만에 실점했다.
    0대1.
    관중석이 요동쳤다.
    레오네가 골을 넣은 뒤 리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상의 바람이다.’
    그 시선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안은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중앙선 근처에서 공을 잡고 동료들에게 외쳤다.
    “바람을 이어요! 혼자 말고, 같이!”
    그 순간부터 노르드윈드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토미가 오른쪽을 파고들며 속도를 높였고, 로렌이 수비에서 빠르게 전환했다.
    패스가 연결될 때마다 ‘탁, 탁’ 울리는 소리가 마치 바람의 박자처럼 들렸다.

    전반 40분, 리안이 공을 받았다.
    그는 전방으로 뛰는 토미를 보았다.
    “지금이야!”
    리안의 발끝에서 공이 날았다.
    공은 바람을 타듯 가볍게 떠올라 토미의 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토미가 논스톱 슈팅!
    골대 오른쪽 아래로 공이 들어갔다.
    1대1.
    관중이 일제히 환호했다.
    릴라 매니저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됐다… 진짜로 된다!”
    바르탄 코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바람이 완성됐군.”

    후반전이 시작되자, 양 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리안은 숨이 거칠었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더 맑았다.
    레오네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네 바람, 여전히 부드럽군.”
    리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산을 깎아요.”
    두 사람은 동시에 달렸다.
    공이 두 발 사이에서 튀었고, 잔디가 튀었다.
    순간, 리안이 몸을 낮추며 밀어넣었다.
    그의 발끝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토미가 받아서 드리블!
    수비 둘을 제치고 강하게 슈팅!

    텅!
    골대 상단을 맞고 공이 튕겨 나왔다.
    하지만 리안이 이미 뛰고 있었다.
    공이 떨어지는 순간, 그는 몸을 돌리며 왼발로 감아찼다.
    공은 휘어지며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정적.
    그리고 폭발.
    관중석이 흔들릴 정도의 환호가 터졌다.
    릴라가 울먹이며 외쳤다.
    “리안… 해냈어!”
    카이는 벤치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 그게 너야. 그게 진짜 바람이지!”

    리안은 무릎을 꿇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형, 드디어… 이겼어요.
    바람이 다시 우리 편이에요.”

    경기는 2대1로 끝났다.
    노르드윈드는 리그 1위를 꺾었다.
    기적 같은 경기였다.
    하지만 리안은 조용히 말했다.
    “이건 기적이 아니라, 약속의 결과예요.”

    락커룸에서 선수들은 눈물과 웃음으로 서로를 껴안았다.
    바르탄 코치는 천천히 말했다.
    “오늘, 너희는 진짜로 ‘팀’이 됐다.
    그리고 리안, 너는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

    리안은 하늘을 바라봤다.
    창문 사이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따뜻했다.
    그는 속삭였다.
    “이제야 진짜 노르드윈드가 됐네요.”

    그날 밤, 도시 전역에 그들의 이름이 퍼졌다.
    “노르드윈드, 리그 1위 제압!”
    “바람의 소년 리안, 역사적인 결승골!”
    하지만 리안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제 골이 아니라, 우리 바람의 골이에요.”

    그의 미소는 담담했지만, 그 미소 속에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바람은 돌아왔고, 이번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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