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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0부 ― 바람이 돌아올 자리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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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드윈드가 엑셀티아 유스를 꺾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도시는 다시 그들에 대해 떠들고 있었지만, 그 중심엔 이제 리안 대신
    “새로운 팀워크” “스스로 일어선 바람”이라는 말이 자리 잡았다.
    그건 리안이 바라던 미래였고, 동시에 마음 한켠을 아리게 만드는 현실이기도 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리안은 TV 화면 속에서 활짝 웃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토미가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럽게 외쳤다.
    “리안, 듣고 있어? 바람 안 불어도 괜찮아!
    우린 네 덕분에 날개가 생겼어!”
    리안은 미소를 지었지만, 웃음 끝은 약간 떨렸다.

    그는 화면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그의 이마를 스쳤다.
    “그래… 그 바람이 이제 나 없이도 흐르는구나.”
    하지만 불현듯 가슴 속이 비어 있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이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밤이 되자, 릴라가 병실에 찾아왔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리안 옆에 앉았다.
    “너, 내 표정 왜 그래?”
    리안은 애써 밝게 웃었다.
    “저 없이도 다 잘하고 있잖아요.
    전 이제… 그냥 바람을 시작한 사람이겠죠.”
    릴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시작만 한 사람이 아니야.
    넌 그 바람이 다시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놓은 사람이야.”

    그 말에 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네가 없으면, 바람은 그냥 지나가다 끝나는 걸로 남아.
    근데 네가 남긴 건, 누군가 그걸 다시 불어올릴 수 있는 자리.
    그 자리가 빈 이유가… 널 향해 비어 있는 거야.”

    리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이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
    “자리… 자리를 남겨놓는 게, 제가 할 일이었구나.”

    며칠 뒤, 의사는 말했다.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다음 달이면 조심스럽게 러닝 정도는 가능해질 거예요.”
    그 말은 그 어떤 골보다도 리안에게 큰 희망이었다.
    그는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말랐다.
    “좋아요. 그럼… 저도 다시 달릴게요.”

    그날 저녁, 리안은 병원 옥상에 올라갔다.
    바람이 얼굴에 와 닿았다.
    이번엔 겨울의 잔향이 아닌, 봄의 전조였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바람… 곧 돌아오겠죠?”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카이가 서 있었다.
    그도 목발을 벗고, 처음으론 제대로 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같이 부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형. 이번엔 같이 불어요.
    바람은 한 번이 아니라, 계속 불어오는 거니까.”

    둘 사이를 잇는 공기가 조용히 흔들렸다.
    그리고 바람이 불며, 리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감싸흘렀다.
    그건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 바람은, 널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노르드윈드 선수 단톡방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리안]

    다음 경기, 꼭 갈게요.
    그리고… 준비하고 있어요.
    돌아갈 자리로.

    바람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제 분명히 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 길은,
    그가 떠났던 곳이 아니라
    그가 돌아올 자리를 향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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