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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8부 ― 멈춘 한 걸음, 이어진 숨결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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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부상으로 병상에 누워 있던 동안, 노르드윈드 FC는 새로운 계절을 맞았다.
    팀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리그 중반을 지나고 있음에도, 팀은 여전히 꿈과 불안 사이에 서 있었다.
    승리를 거두던 기억은 선명했지만, 지금 그 중심을 잡아주던 리안이 없다는 사실이 모두를 흔들고 있었다.

    바르탄 코치는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우린 지금 기적을 만든 팀이 아니라, 기적을 잇는 팀이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토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리안은 지금 뛰지 못해요. 근데 그 녀석이 우리에게 불어준 바람은 남아 있어요.
    우리가 그걸 잇는 거죠.”
    그 말에 로렌이 나직이 덧붙였다.
    “…바람의 중심이 사라져도, 바람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날부터 훈련 방식이 바뀌었다.
    리안을 중심으로 하던 전술에서, 모든 자리를 순환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변화했다.
    공은 중원, 측면, 수비—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서로에게 맡겨졌다.
    바람이 한 방향이 아닌, 여러 구역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기는 냉정했다.
    리안 없이 치른 첫 번째 경기는 0대1 패배.
    두 번째 경기에서 무승부, 그리고 세 번째 경기에서도 아슬아슬하게 비겼다.
    팀의 전술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실수가 계속됐다.
    잘 버티고, 잘 싸우고, 끝에선 놓치는 경기.
    선수들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병실 창가에서 그 경기를 지켜보던 리안도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손으로 허공에 선을 그렸다.
    “…방향은 맞아요. 근데, 아직 거기에 ‘바람’이 부족해.”

    그때,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릴라가 들어왔다.
    “이거, 네가 기다릴 거 같아서…”
    그녀는 작은 상자를 건넸다.
    그 안에는 노르드윈드의 유니폼, 그리고 선수들의 사인이 담겨 있었다.

    “애들이 말했어.
    ‘우린 이 옷을 입고 달리고 있지만, 네가 주고 간 바람이 없으면 바람개비일 뿐이야.’
    그 말, 너한테 전해달래.”
    리안은 조용히 유니폼을 꺼내 들었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형들은 지금, 뛰고 있어요. 그런데도 나를…”
    릴라는 미소지었다.
    “우린 네가 만든 바람 위에 서 있어.
    그리고 이젠 우리가, 네가 올 수 있도록 바람을 만들어야지.”

    그날 밤, 리안은 무릎에 붕대를 감고도 산책을 강행했다.
    바람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차갑고, 조용하고,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바람.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부러진 날개는, 다시 붙을 수 있어.
    하지만 그 붙이는 건… 나 혼자가 아니야.”

    며칠 뒤, 리안은 팀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발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선수들은 그를 보고 놀랐다.
    “리안!? 너 여기 어떻게—”
    카이가 달려와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 네 몸으론 뛸 수 없잖아.”
    리안은 웃었다.
    “맞아요. 뛰지 못하죠.
    그래서 응원은 여기서부터 할게요.”

    그는 공을 발끝으로 굴리며 말했다.
    “여러분, 전 이젠 혼자 뛰지 않을 거예요.
    바람은 원래 여러 갈래로 퍼지는 거잖아요.”
    로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린, 너의 갈래 중 하나가 되는 거고?”
    리안은 천천히 손을 펼쳤다.
    “…우리가 전부 바람이에요.”

    그날 훈련이 끝난 후, 토미가 말없이 리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넌 그래도 여전히 우리 캡틴이야.”
    리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이제부터… 바람은 우리 모두예요.”

    그날 저녁, 훈련장 위에 부드러운 바람이 흘러갔다.
    약한 듯 보였지만, 그건 분명 살아 있는 숨결이었다.
    그 숨결은 선수들의 몸을 스치고, 공을 미끄러뜨리며 경기장의 중심을 맴돌았다.

    그리고 이 바람은—
    언젠가 한 소년의 다리가 다시 땅을 딛고 달릴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바람은 잠들지 않는다.”
    그 문장은 노르드윈드의 새로운 구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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