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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3부 ― 흔들리는 중심
    하늘을 향해 찬다 2026. 1. 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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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복귀는 팀에 불을 붙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었다.
    몬테라노전 이후 노르드윈드는 다시 주목받았고, 언론은 빠르게 서사를 바꾸었다.
    “리안 복귀 효과,” “바람의 중심이 돌아왔다.”
    그 문장들은 팀의 승리를 설명하기엔 쉬웠고, 팀의 노력을 지워버리기엔 너무 강했다.

    훈련장은 이전보다 활기찼지만,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패스의 끝에서 눈이 리안을 찾았고, 슈팅의 순간엔 그가 어디에 있는지가 먼저 확인됐다.
    리안은 그 변화를 느꼈다.
    공이 다시 자신에게 모이고 있었다.
    그가 원하던 바람이었지만, 원치 않던 방향이었다.

    바르탄 코치는 훈련을 멈추고 휘슬을 불었다.
    “중단.”
    선수들이 숨을 고르며 모였다.
    “지금의 흐름, 누가 중심이지?”
    잠시 침묵.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안… 아닙니까?”
    바르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중심은 ‘공’이고, 방향은 ‘우리’다.”
    그는 리안을 바라봤다.
    “네가 다시 들어온 건 기쁠 일이다. 하지만 네가 중심이 되면, 우리는 다시 의존하게 된다.”

    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무릎이 쑤셨다. 통증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제가… 너무 앞에 있었나요?”
    바르탄은 단호하게 말했다.
    “앞에 있어도 된다. 하지만 모두를 끌어당기지는 마라.”

    그날 저녁, 리안은 카이와 함께 훈련장을 걸었다.
    해가 지고, 잔디 위엔 긴 그림자가 늘어졌다.
    “형, 내가 돌아온 게… 혹시 팀을 흔들고 있는 걸까?”
    카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니. 흔들리는 건 자연스러워. 문제는 멈추는 거지.”
    “그럼 난 뭘 해야 해?”
    “중심을 내려놓는 연습.”
    카이는 웃었다.
    “가끔은 바람이 불어도, 돛을 접을 줄 알아야 해.”

    다음 경기 상대는 세르반테 FC.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계산이 분명한 팀이었다.
    바르탄은 전술을 바꿨다.
    리안은 선발이었지만, ‘결정권자’가 아니었다.
    중앙의 조율은 로렌이 맡고, 측면의 속도는 카이가 책임졌다.
    리안의 임무는 간단했다.
    연결. 그리고 비우기.

    경기가 시작되자, 노르드윈드는 이전과 달랐다.
    리안은 공을 오래 잡지 않았다.
    한 번의 터치, 한 번의 패스.
    그가 비울수록, 공간이 열렸다.
    토미의 움직임이 살아났고, 로렌의 시야가 넓어졌다.

    전반 25분, 첫 골은 토미의 발끝에서 나왔다.
    리안은 박수를 쳤다.
    그 순간,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지만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후반전, 세르반테가 압박을 높였다.
    리안은 순간적으로 공을 몰고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췄다.
    카이에게, 다시 로렌에게.
    공은 살아 움직였고, 상대의 라인은 흔들렸다.
    후반 38분, 로렌의 중거리 슛이 골망을 갈랐다.
    2대0.

    경기는 그 점수로 끝났다.
    락커룸에서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진짜 팀 같았어.”
    리안은 웃으며 물병을 나눠줬다.
    “그래. 오늘은 바람이 고르게 불었어.”

    바르탄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잘했다. 오늘 네 플레이는 소리가 없었지만, 방향은 정확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겠어요.
    바람의 중심은 사람이 아니라, 흐름이에요.”

    밤이 되어 경기장이 비워졌다.
    리안은 중앙선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이 약하게 불었다.
    그는 손을 펴서 그 바람을 놓아주듯 내밀었다.
    “앞으로도… 지나가.”

    그 바람은 머뭇거리다, 잔디 위를 스치며 흘러갔다.
    리안은 미소 지었다.
    그의 중심은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낮아졌고, 더 넓어졌다.

    노르드윈드는 다시 균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균형의 한가운데에는,
    소리 없이 길을 열어주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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