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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9부 ― 떠나는 날의 바람하늘을 향해 찬다 2026. 1. 17. 01:04반응형
결정을 미룬 채 며칠이 흘렀다.
리안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걸었지만,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신문에는 그의 이름이 다시 크게 실렸고,
라디오에서는 “다음 시즌, 리안의 행선지는?”이라는 질문이 반복됐다.그러나 리안은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다.
그는 대답을 세상에 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해야 했다.어느 새벽, 리안은 짐을 챙겨 오래된 경기장으로 향했다.
제25부에서 혼자 찾았던 그곳,
처음 공을 차며 꿈을 품었던 자리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공기는 차가웠고,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그는 중앙선에 공을 내려놓고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기서 시작했지.”
그 말은 질문도, 선언도 아니었다.
그저 사실이었다.리안은 공을 천천히 찼다.
강하지도, 높지도 않은 킥이었다.
공은 잔디를 굴러 골대 근처에서 멈췄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알겠어.”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카이였다.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다.”
리안은 놀라지 않았다.
“형, 따라온 거예요?”
“아니. 여긴 떠나는 애들이 꼭 들르는 곳이거든.”카이는 관중석에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결정했냐?”
리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응.”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든 괜찮다.
중요한 건 네가 도망치는 게 아니라는 거야.”
리안은 미소 지었다.
“도망 아니에요.
이건… 확장이에요.”그날 오후, 리안은 구단 사무실을 찾았다.
바르탄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리안은 봉투를 내려놓았다.
“이 중 하나를 선택했어요.”
바르탄은 봉투를 열지 않았다.
“후회는?”
“없어요.”
“그럼 됐다.”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저녁이 되자, 팀원들이 훈련장에 모였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왔다.
리안은 중앙에 서서 말했다.
“떠나요.”
그 말은 바람처럼 가볍게 흘렀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토미가 먼저 다가와 리안을 안았다.
“어디 가든, 네가 만든 바람은 여기 남아.”
로렌은 말없이 주먹을 내밀었고,
카이는 마지막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늘이 달라져도, 숨 쉬는 법은 같아.”그날 밤, 리안은 숙소 방을 비웠다.
짐은 많지 않았다.
유니폼 한 벌, 축구화,
그리고 노르드윈드의 엠블럼이 새겨진 작은 깃발.버스를 타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조명은 꺼져 있었고,
바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잔디 아래에 남아 있는 수많은 발걸음의 흔적을.“고마워.”
그는 속삭였다.
그 말은 사람에게도, 팀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향한 것이었다.버스가 움직이자,
아주 약한 바람이 불었다.
깃발이 살짝 흔들렸다.
그 바람은 붙잡지 않았다.
그저 등을 밀어주는 정도였다.리안은 창밖을 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다른 하늘로 간다.”노르드윈드는 뒤에 남았지만,
그 바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리안이 향하는 곳에서도,
언젠가 또 다른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었다.떠나는 날의 바람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정확한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