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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30부 ― 하늘을 향해
    하늘을 향해 찬다 2026. 1. 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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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도시는 낯설었다.
    공기는 다르고, 하늘의 색도 달랐다.
    리안은 작은 숙소 창가에 서서 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엔 아직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가 만든 바람을 아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훈련 첫날, 그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왔다.
    잔디의 결을 손으로 쓸어보고,
    바람의 방향을 느끼듯 눈을 감았다.
    아주 약한 공기의 움직임이 얼굴을 스쳤다.
    “여기도… 불 수 있겠네.”

    새 팀의 선수들은 조심스러웠다.
    리안을 향한 시선엔 기대와 경계가 섞여 있었다.
    ‘우승팀에서 온 선수’
    ‘바람의 소년’
    그 수식어들은 다시 그를 중심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리안은 그걸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첫 연습 경기에서 그는 빛나지 않았다.
    과감한 돌파도, 환호를 부르는 슈팅도 없었다.
    대신 한 박자 빠른 패스,
    한 걸음 느린 움직임으로
    팀의 리듬을 읽고 맞췄다.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이 물었다.
    “오늘은 네 이름값답지 않군.”
    리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바람은 처음엔 소리가 안 나니까요.”

    밤이 되자, 그는 숙소 옥상에 올라갔다.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깔려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깃발을 꺼냈다.
    노르드윈드의 엠블럼.
    바람에 한 번 흔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다녀왔어요.”
    그는 그 깃발을 향해 말했다.
    “이제는, 제가 배운 걸 불어볼 차례예요.”

    며칠 뒤, 두 번째 연습 경기.
    리안은 중앙에서 공을 받았다.
    수비가 다가왔고, 공간은 좁았다.
    그는 하늘을 보지 않았다.
    동료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공을 밀었다.

    패스는 정확했고,
    연결은 자연스러웠다.
    골이 터졌고, 환호가 일었다.
    이번엔 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하지만 리안은 미소 지었다.

    그날 이후, 팀은 달라졌다.
    공이 더 빨리 움직였고,
    선수들은 서로를 더 자주 바라봤다.
    누군가 말했다.
    “이 팀, 바람이 도는 느낌이야.”

    리안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저녁, 그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람은 이름이 없어도 불 수 있어.”

    그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
    토미의 웃음, 카이의 낮은 격려,
    바르탄의 짧은 조언.
    모두 바람에 섞여 그의 곁을 스쳤다.

    리안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축구는 이제 증명이 아니었다.
    도망도 아니었다.
    그건 이어짐이었다.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한 하늘에서 또 다른 하늘로.

    리안은 공을 가볍게 차 올렸다.
    공은 위로, 더 위로 떠올랐다.
    그는 그 궤적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이제, 진짜로 하늘을 향해 찬다.”

    공이 내려오는 동안,
    바람이 불었다.
    크지 않았고, 요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진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한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그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도,
    어딘가의 그라운드에서
    누군가는 공을 차며 이렇게 느낄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불고 있는 무언가를.

    그것이 바로
    리안이 남긴 바람,
    그리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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