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5부 ― 비웃음 속의 첫 슛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5. 06:15
    반응형

    노르드윈드 FC의 첫 연습경기 날이었다. 상대는 지역 리그 중하위권 팀 세르디나 유나이티드. 이름만 들어도 강팀은 아니었지만, 노르드윈드에게는 그마저도 벅찬 상대였다. 경기장에는 관중이 거의 없었다. 몇몇 마을 아이들과 팀 관계자들, 그리고 심심풀이로 찾아온 상점 주인들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서로 속삭였다.
    “또 질 거야. 이번에도 두 자리 수로 깨질걸.”
    “그래도 이번엔 새 얼굴이 있대. 엘리아르도 출신이래.”
    “섬에서 온 애가 축구를 안다고?”

    리안은 몸을 풀며 그들의 말을 들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의 바람은 남서쪽에서 불고 있었다. 훈련 때보다 조금 거칠었지만, 방향만 읽으면 충분했다.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짓자 옆에서 카이 주장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여유롭네, 꼬마. 첫 경기라 긴장될 법도 한데.”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은 돼요. 하지만 바람이 도와줄 거예요.”
    카이는 피식 웃었다. “그 바람이 우리한테 골을 넣어주면 좋겠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노르드윈드는 밀렸다. 세르디나는 노련했다. 공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 뛰어났고, 노르드윈드의 수비는 허술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실점했다. 바르탄 코치는 벤치에서 팔짱을 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쉽지 않군…”
    선수들의 얼굴에는 이미 포기한 기색이 비쳤다. 패스는 엉기고,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리안만은 계속 소리쳤다.
    “괜찮아요! 아직 시작이에요!”
    “공의 흐름을 바꿔요, 지금이 바람이 바뀌는 순간이에요!”
    그의 말에 동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경기장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

    후반 20분, 점수는 0대2. 리안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땀과 먼지가 얼굴을 덮었지만,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세르디나의 수비수 하나가 거칠게 그를 밀었다. 리안은 땅에 넘어졌지만 즉시 일어났다. 그리고 가볍게 웃었다.
    “좋은 수비네요.”
    그 말에 상대 선수는 잠시 멈칫했다. 도발도, 분노도 없는 웃음이었다.
    리안은 공을 잡자마자 왼쪽 윙으로 돌파했다. 그의 발끝이 터치라인을 따라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었다. 잔디 위의 먼지가 흩날리고, 깃발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리안은 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지금이야.
    그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그려진 궤적, 그리고 바람의 흐름이 하나로 겹쳤다.

    리안은 오른발을 휘둘렀다. 공은 매끈한 호를 그리며 떠올랐다. 모두가 그것이 단순한 크로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은 점점 높이 치솟더니, 수비수의 머리를 스치며 그대로 골대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의 손끝은 닿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들어갔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다음, 경기장은 서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들어갔어! 진짜로 들어갔어!”
    “누가 넣은 거야?”
    “섬 출신 꼬마래!”

    리안은 손을 하늘로 뻗었다.
    그는 외쳤다. “이건 바람의 패스예요!”
    그리고 미소 지었다.

    세르디나의 감독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르탄 코치는 담배를 입에서 떼며 낮게 웃었다.
    “저건 계산이 아니야. 감각이지. 미친놈 같은 감각이야.”

    골을 넣은 후 리안은 동료들에게 손짓했다.
    “우리도 바람을 타요! 지금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눈빛은 번쩍였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선수들도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에게 짧은 패스를 주며 속삭였다.
    “여기요, 바람이 도와줘요.”
    그 패스는 수비수의 다리 사이를 정확히 통과했고, 카이의 발끝에 닿았다.
    카이가 그대로 슈팅— 골!

    2대2.
    스코어보드의 숫자가 바뀌는 순간, 팀은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리안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됐어요. 이게 우리가 함께 부는 바람이에요.”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승리는 아니었지만, 패배도 아니었다.
    경기 후, 카이는 헐떡이며 리안을 바라봤다.
    “야, 네 그 말도 안 되는 바람 타령… 오늘은 진짜였네.”
    리안은 웃었다.
    “그랬죠? 바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요.”

    관중석에서 한 아이가 외쳤다.
    “저 꼬마, 진짜 대단했어!”
    그리고 누군가 손뼉을 쳤다.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작은 박수가 점점 커져서, 경기장을 울렸다.

    릴라 매니저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 노르드윈드의 바람이 처음으로 움직였어요.”
    바르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진짜 바람은 이제 시작이야.”

    리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지고 있었고, 붉은 빛이 골망을 물들였다.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처음으로, 바람이 내 이름을 불러줬어.”

    그날 밤, 노르드윈드의 작은 숙소 앞에서 선수들은 말없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 말없이 리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일도 바람이 불겠지?”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불겠죠. 우리가 계속 달린다면.”

    그의 눈에는 확신이 있었다.
    노르드윈드의 첫 골은 단순한 한 점이 아니었다.
    그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바람은,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