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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7부 ― 잃어버린 리더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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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드윈드의 변화는 눈에 띄었다. 훈련장이 활기를 띠고, 선수들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예전처럼 공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욕 대신 웃음을 던졌다. 리안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그가 아니라, 팀의 주장 카이 스토머에게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카이는 원래 팀에서 가장 완벽한 선수였다. 누구보다 체력이 좋고, 누구보다 정확했다. 하지만 그는 늘 혼자였다. 동료들은 그를 ‘냉정한 기계’라 불렀다. 그런 카이가 리안의 방식에 처음엔 반감을 보였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어느새 그는 훈련 중에 리안에게 의견을 묻고, 공이 흐르면 먼저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리그 2차전이 열렸다. 상대는 프리모 스파르타 FC, 거친 플레이로 유명한 팀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몸싸움이 심했다. 리안은 몇 번이나 공을 빼앗겼고, 카이는 이를 악물며 수비 라인을 지켰다. 전반 30분, 상대 공격수가 깊은 태클을 걸었다. 공은 멀리 튀어나갔지만, 카이가 그걸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무릎이 비틀리며 거친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카이!”
    리안이 달려갔지만, 카이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료진이 급히 들어와 들것에 그를 실었다. 경기장은 조용해졌다. 관중석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끝났네… 카이 없으면 노르드윈드는 다시 예전처럼 될 거야.”

    경기는 패배로 끝났다. 선수들은 침묵 속에 락커룸으로 돌아왔다. 리안은 카이의 유니폼을 벤치 위에서 발견했다. 아직 땀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는 손으로 천천히 그 옷을 접으며 속삭였다.
    “형, 바람이 말했어요. 당신은 돌아올 거라고.”

    그날 밤, 병원에 있던 카이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최소 두 달은 뛰기 어렵습니다.”
    그 말에 카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그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며칠 후, 훈련장에서는 바르탄 코치의 목소리가 울렸다.
    “다들 모여! 카이 대신 새로운 주장을 뽑겠다.”
    선수들은 웅성거렸다. “리안이겠지?” “그래, 요즘 팀을 이끄는 건 저 꼬마잖아.”
    바르탄은 리안을 바라봤다. “네가 할래?”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아직 바람을 따라가는 중이에요. 리더는 바람의 방향을 만드는 사람이 해야 해요.”
    그 말에 모두 잠시 멈췄다. 그러자 수비수 로렌이 나섰다.
    “그럼 내가 할게. 임시로라도.”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형이라면 괜찮아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카이의 부재는 곧바로 드러났다.
    리그 3차전에서 노르드윈드는 전반부터 흔들렸다. 수비 라인이 무너지고, 선수들 간의 소통이 끊겼다. 리안은 몇 번이나 소리쳤다. “왼쪽으로! 지금 바람이 돌았어요!”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만 지키려 했다. 결국 1대4, 대패였다.

    경기 후, 락커룸의 공기는 싸늘했다.
    “괜히 바람 타령이나 믿었지, 결국 현실은 이거잖아.”
    “카이 없으면 끝이야.”
    그 말에 리안은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카이는 우리 안에 있어요. 그가 리더였던 이유는,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믿었기 때문이에요.”
    “믿음으로 골이 들어가냐?”
    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운동화를 벗었다.
    “내일 새벽에 훈련장으로 오세요. 바람이 길을 알려줄 거예요.”

    다음 날 새벽, 아직 해가 뜨기도 전, 리안은 혼자 훈련장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곧 한 명, 또 한 명, 팀원들이 나타났다. 아무 말 없이, 공을 주고받았다. 바람이 불자 리안이 말했다.
    “공이 무겁게 느껴질 때는, 누군가가 널 대신 짊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게 팀이에요.”

    그날부터 노르드윈드는 새벽마다 연습했다. 처음엔 그냥 따라오던 선수들도 점점 웃기 시작했다. 공이 이어지고, 패스가 살아났다. 리안은 그때마다 하늘을 보며 속삭였다.
    “카이, 들리죠? 우리가 계속 달리고 있어요.”

    한 달이 지났다. 노르드윈드는 다시 경기에 나섰다. 상대는 이전에 자신들을 무너뜨렸던 프리모 스파르타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리안이 중앙에서 공을 잡자, 팀원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시야 안에서, 모든 동료의 움직임이 바람처럼 이어졌다. 패스, 연결, 돌파. 공이 흘러가듯 움직였다. 그리고 리안이 마지막 슛을 날렸다. 공은 강한 역풍을 가르며 골대 안으로 빨려들었다.

    골망이 흔들리는 순간, 리안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봤죠, 형! 바람이 또 불었어요!”

    관중석의 바르탄 코치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릴라 매니저는 눈시울을 훔쳤다.
    “카이는 부상 중이지만, 그 아이는 여전히 팀을 이끌고 있어요.”
    바르탄은 담담히 대답했다.
    “리더는 자리를 비워도 존재하는 법이지. 저 아이가 지금 그걸 증명하고 있잖아.”

    경기가 끝나고, 리안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이 커튼을 흔들었다.
    침대에 누운 카이가 고개를 돌렸다.
    “이겼다며?”
    리안은 숨을 고르며 웃었다.
    “네, 우리가 함께요.”
    카이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리안, 그 바람을… 잃지 마라.”
    리안은 그 손을 꼭 잡았다.
    “형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불게 할게요.”

    창밖의 하늘은 석양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 빛 사이로, 바람이 한 줄기 스며들었다.
    리안은 그 바람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리더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남는 거예요.”

    그 순간, 창문이 활짝 열리며 바람이 병실 안을 스쳤다.
    마치 카이의 웃음소리가 그 안에 섞여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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