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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7부 ― 폭풍의 전조
    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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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눈이 녹고, 잔디는 다시 초록빛을 되찾았다.
    노르드윈드는 리그 중상위권으로 올라섰고, 그들의 이름은 더 이상 ‘기적의 팀’이 아니라 ‘강팀’으로 불렸다.
    하지만 리안의 얼굴에는 웃음이 점점 줄고 있었다.

    그의 몸은 이상했다.
    아르디아전 이후 계속된 과훈련 때문인지, 무릎이 시큰거리고 발목엔 미세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의사는 휴식을 권했지만 리안은 거절했다.
    “아직 바람이 멈추지 않았어요. 지금 멈추면, 그 바람은 사라질 거예요.”
    릴라는 그의 눈빛에서 불안함을 읽었다.
    “리안, 바람은 네가 아니야.
    네가 쓰러지면 팀도 멈춘다는 걸 잊지 마.”

    하지만 리안은 듣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다음 경기, 그리고 다음 승리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노르드윈드의 바람’을 끊기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건 책임이었고,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며칠 후, 다음 경기 상대가 발표됐다.
    라치오라 FC—한때 비 속의 명경기에서 맞붙었던 팀.
    이번엔 원정 경기였다.
    바르탄 코치는 전술 회의에서 말했다.
    “이번엔 우리가 쫓는 입장이 아니다. 이제 다른 팀이 우리를 분석하고 따라온다.
    그러니까 오늘부터의 바람은, 더 무겁고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불안했다.
    그의 몸이 그 바람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경기 전날 밤, 리안은 운동장에 홀로 남았다.
    공을 몇 번 차보았지만, 발끝이 둔했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는 무릎을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왜 그래요… 왜 오늘은 조용한 거예요?”
    그때, 뒤에서 카이가 다가왔다.
    “리안.”
    “형, 저… 바람이 들리지 않아요.”
    카이는 조용히 그 옆에 앉았다.
    “너무 오래 달리면, 바람도 네 뒤로 간다.
    지금은 네가 아니라 팀이 불 차례야.”
    “하지만 형, 난 그 바람을 잃고 싶지 않아요.”
    “잃는 게 아니라, 넘기는 거야.”
    카이는 리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리더는 바람의 중심에 서는 게 아니야.
    리더는 바람이 지나가게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야.”

    리안은 그 말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날 밤 그는 잠들지 못했다.
    창문 밖으로 아주 약한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건 마치 그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그는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그래요. 이번엔, 내가 아니라 우리가 불어요.”

    경기 날.
    라치오라의 홈구장은 거대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바람은 거세게 불고,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 있었다.
    리안은 경기장 중앙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이건 바람이 아니야. 폭풍이야.”
    카이가 벤치에서 소리쳤다.
    “겁내지 마! 폭풍 속에서도 방향만 잃지 않으면 돼!”

    경기가 시작됐다.
    라치오라는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노르드윈드는 수비에 몰렸다.
    리안은 패스를 이어주며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몸의 반응이 느렸다.
    무릎 통증이 심해졌고, 그는 한순간 중심을 잃었다.
    상대 선수의 태클.
    리안이 쓰러졌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릴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리안!”
    바르탄이 벤치에서 뛰쳐나왔다.
    의료진이 달려왔다.
    리안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조금만…”
    하지만 그가 일어나려 하자, 오른쪽 무릎이 다시 꺾였다.
    심판이 교체를 알렸다.
    카이가 자리에서 주먹을 쥐었다.
    “젠장…”

    리안은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이번엔… 너희가 불 차례야.”

    그가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팀은 멈추지 않았다.
    토미가 외쳤다.
    “리안이 바람을 넘겼어! 이제 우리가 불어야 해!”
    그 말에 선수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공이 다시 움직였고, 노르드윈드의 패스가 이어졌다.
    폭풍 같은 압박 속에서도, 그들은 방향을 잃지 않았다.
    후반 종료 직전, 로렌의 헤더골!
    1대1 동점.

    휘슬이 울렸을 때, 바르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리안… 네가 만든 바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병원 응급실 침대 위에서 리안은 깨어났다.
    다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릴라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의사가 말했어요. 최소 한 달은 쉬어야 한대요.”
    리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요. 괜찮아요.
    바람은 멈추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창문 틈으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건 마치 팀원들의 발걸음, 그리고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경기의 호흡 같았다.

    리안은 그 바람을 느끼며 속삭였다.
    “나는 멈춰도, 바람은 계속 달린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노르드윈드의 플레이를 이렇게 불렀다.
    “리안의 바람, 그리고 팀의 날개.”

    그 바람은 이제 한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팀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세상을 향한 거대한 숨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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