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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6부 ― 폭풍 전야
    하늘을 향해 찬다 2026. 1.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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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두에 오른 다음 날, 노르드윈드의 훈련장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환호도, 들뜬 농담도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금의 침묵은 불안이 아니라 준비라는 것을.

    바르탄 코치는 훈련을 시작하며 말했다.
    “우린 이제 쫓는 팀이 아니다.
    쫓기는 팀이 됐다.
    폭풍은 보통 이때 온다.”
    선수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언론은 노르드윈드를 흔들기 시작했다.
    “우승 경험 없는 팀,” “마지막에 무너질 가능성,”
    그리고 어김없이 붙는 문장.
    “리안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기사들을 본 토미가 이를 악물었다.
    “왜 꼭 저렇게 말하지?”
    리안은 담담히 대답했다.
    “폭풍이 오기 전엔 항상 소음이 커져요.”

    그 주의 마지막 훈련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연습 경기 도중, 카이가 강한 태클에 걸려 쓰러졌다.
    잠깐의 정적.
    그는 일어나려다 다시 무릎을 짚었다.
    의료진이 달려왔고, 바르탄은 훈련을 중단시켰다.

    라커룸에서 카이는 씁쓸하게 웃었다.
    “설마 또 나냐.”
    의사는 말했다.
    “큰 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 경기는 무리예요.”
    그 말에 공기가 무거워졌다.
    결승을 앞둔 중요한 경기에서, 카이는 뛸 수 없었다.

    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카이의 손을 꼭 잡았다.
    “형, 이번엔 제가 대신 버틸게요.”
    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엔 네가 버티는 게 아니라,
    네가 믿는 팀이 버텨야 해.”

    다음 상대는 라 로카 유나이티드.
    거칠고, 집요하고,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팀이었다.
    이 경기에서 승점 하나만 얻어도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 경기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경기 전날 밤, 리안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거칠게 불어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폭풍이네.”
    그 바람은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는 바람이었다.

    경기 당일,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관중석은 팽팽했고, 라 로카의 선수들은 시작부터 거칠게 나왔다.
    전반 5분 만에 경고 카드가 나왔다.
    노르드윈드는 쉽게 공을 돌리지 못했다.
    패스가 끊기고, 몸싸움이 이어졌다.

    리안은 중앙에서 계속 부딪혔다.
    몸이 밀리고, 숨이 가빠졌다.
    순간순간, 예전 같으면 돌파했을 장면에서 그는 멈췄다.
    대신 짧게, 낮게, 안전하게 연결했다.
    “지금은 날 때가 아니야.”

    전반 30분, 라 로카가 선제골을 넣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노르드윈드는 흔들렸다.
    하지만 리안은 소리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어 동료들을 모았다.
    “괜찮아. 이건 폭풍의 한가운데야.
    지금은 서 있어야 해.”

    후반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잔디는 미끄러웠고, 공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라 로카는 더 거칠어졌다.
    카이가 벤치에서 소리쳤다.
    “흔들리지 마! 버텨!”

    후반 42분, 노르드윈드가 코너킥을 얻었다.
    리안은 공 앞에 서지 않았다.
    로렌에게 손짓했다.
    “네가 차.”
    공이 올라갔고, 혼전 끝에 토미의 발에 맞았다.
    공은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골라인을 넘었다.

    1대1.

    경기장은 숨을 멈췄다가 폭발했다.
    리안은 그 자리에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폭풍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가 끝났을 때, 선수들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승리는 아니었지만, 패배도 아니었다.
    락커룸에서 바르탄은 짧게 말했다.
    “오늘은 이긴 것보다 잘 버텼다.”

    리안은 샤워실 거울 앞에 섰다.
    온몸이 피곤했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폭풍은 지나갔어.”

    그날 밤, 비는 그쳤다.
    바람도 잦아들었다.
    도시는 조용했고, 하늘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우승까지, 이제 단 한 경기.
    폭풍 전야는 끝났다.
    그리고 노르드윈드는,
    마침내 진짜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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