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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1부 ― 잊혀진 경기장의 바람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21. 22:13반응형
봄이 완연했다.
벚꽃잎이 경기장 담장을 따라 흩날리고, 잔디는 다시 푸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노르드윈드의 연승 행진은 이어지고 있었고, 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리안의 이름은 여전히 팬들 입에 오르내렸지만, 이젠 “없는 자리의 상징”이 아니라 “돌아올 희망”으로 불리고 있었다.그러나 리안은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재활은 순조로웠지만, 의사는 신중했다.
“무리하면 다시 부러질 겁니다. 아직은 70% 정도입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잖아요.”밤마다 그는 몰래 병원 옥상에 올라와 공을 굴렸다.
움직임은 조심스러웠고, 무릎엔 여전히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통증 속에서 그는 묘한 안정을 느꼈다.
“아직 아프다는 건, 아직 느끼고 있다는 거야.”어느 날, 릴라가 휠체어를 밀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또 몰래 연습이야?”
리안은 머쓱하게 웃었다.
“습관이죠. 바람이 불면… 그냥 몸이 반응해요.”
릴라는 바람결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오늘 바람 좋네. 근데 너,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
“산 쪽이겠죠?”
“아니, 경기장 쪽이야.
거기서 연습 중이래.
애들이 네 이름 부르면서 달리고 있대.”리안은 눈을 감았다.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토미의 웃음소리, 카이의 지시, 로렌의 거친 숨.
그 모든 소리가 바람에 섞여 그의 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럼 나도, 조금은 같이 불고 있는 거네요.”며칠 후, 팀은 고향 근처의 작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상대는 발렌티노 FC, 리그 최하위권 팀.
누구도 큰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오전, 바르탄 코치는 간단히 말했다.
“방심이 제일 위험하다.
바람은 강한 산도 무너뜨리지만, 약한 돌부리에 걸려 멈추기도 한다.”하지만 그 경고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15분, 발렌티노가 예상 밖의 빠른 역습을 펼쳤다.
노르드윈드의 수비는 잠시 흔들렸고, 첫 골이 허용됐다.
그 후 또 한 골, 그리고 또 한 골.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0대3.락커룸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토미는 글러브를 던졌다.
“이게 뭐야! 최하위 팀한테…”
로렌이 고개를 숙였다.
“우린 바람이 아니라 돌풍이었나 봐. 금방 식는.”
그때, 벤치에 있던 카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우리가 잠시 ‘기억’을 잃은 거야.”
그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리안이 뭐라고 했는지 잊었어?
바람은 방향을 잃지 않으면, 잠깐 멈춰도 다시 분다고.”후반전이 시작되자, 그 말처럼 팀은 달라졌다.
서로의 눈빛이 다시 연결됐다.
패스가 살아났고,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돌아!” “괜찮아, 계속 가!”후반 25분, 로렌이 첫 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종료 3분 전, 토미의 슈팅이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골망을 흔들었다.
3대3.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비록 승리는 아니었지만, 경기 후 락커룸에서 모두가 웃었다.
릴라가 헐레벌떡 들어오며 외쳤다.
“리안이 왔어!”모두가 놀라 문 쪽을 바라봤다.
목발을 짚은 리안이 천천히 들어왔다.
그의 얼굴엔 오랜만의 햇살 같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미안해요, 늦었죠?”그 한마디에 팀원들이 일제히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리안!!”
“바람이 돌아왔어!!”리안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바람은 여러분이 계속 이어주고 있었어요.
전 그저… 그 자리를 다시 찾아온 것뿐이에요.”그날 밤, 경기장은 조용했지만, 어딘가에서 잔디가 흔들렸다.
공도, 선수도, 관중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지만,
그 안엔 확실히 무언가가 흘렀다.그건 소리가 아니라, 숨이었다.
그리고 그 숨이 바로 — 바람이었다.그날 이후 사람들은 말했다.
“리안이 돌아온 게 아니라,
리안이 만든 바람이 우리에게 돌아온 거야.”바람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팀 전체의 이야기이자,
하나의 ‘전설’이 되어 다시 불기 시작하고 있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