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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8부 ― 남겨진 바람하늘을 향해 찬다 2026. 1. 16. 00:03반응형
우승 다음 날, 도시에는 축제가 열렸다.
노르드윈드의 깃발이 거리마다 걸렸고, 아이들은 파란 유니폼을 입고 뛰어다녔다.
선수단 버스가 천천히 행진하자, 사람들은 이름을 불렀다.
토미, 로렌, 카이… 그리고 리안.하지만 리안은 환호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서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조용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있었다.
바람은 거의 없었고, 깃발은 축 늘어져 있었다.“이상하지.”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렇게 큰 일을 해냈는데, 바람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퍼레이드가 끝난 뒤, 선수들은 락커룸에 모였다.
웃음과 농담이 오갔지만, 축제의 열기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바르탄 코치는 조용히 문을 닫고 말했다.
“오늘은 축하하는 날이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각자의 길을 생각해라.”그 말은 모두에게 무겁게 내려앉았다.
토미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각자의 길이라니요?”
바르탄은 잠시 말을 고르다 답했다.
“우승은 끝이 아니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난다.
그게 축구다.”리안은 그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우승을 향해 달리는 동안,
그의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같은 질문이 자라고 있었다.
‘이 다음은 어디지?’그날 밤, 리안은 혼자 경기장에 남았다.
관중석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잔디 위엔 아직 축제의 종이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는 중앙선에 서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여기서 끝나도… 괜찮을까?”
그 질문에 답하듯, 아주 약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골대 쪽으로 흘러가더니,
관중석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그의 곁으로 왔다.
마치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니면 떠나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다음 날 아침, 리안은 바르탄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책상 위에는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뭔지 알겠지.”
바르탄이 말했다.
리안은 봉투를 열지 않았다.
“네.”
“국가 대표팀, 그리고 두 개의 상위 리그 구단.
다들 널 원한다.”잠시 침묵.
바르탄은 이어 말했다.
“하지만 선택은 네 거다.
남아도 되고, 떠나도 된다.”리안은 고개를 들었다.
“코치님은… 제가 어디에 있길 바라세요?”
바르탄은 미소 지었다.
“난 네가 있는 곳에 바람이 불 거라 믿는다.”그날 오후, 리안은 팀원들을 불러모았다.
카이, 토미, 로렌, 그리고 모두.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결정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떠날지도 몰라요.”잠깐의 정적.
토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린 또 다른 바람을 만들면 되지.”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네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야.”리안의 눈이 붉어졌다.
“고마워요.
여러분 덕분에… 제가 바람이 아니라는 걸 배웠어요.”그날 밤, 그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또렷했고, 바람은 여전히 약했다.
하지만 이번엔 불안하지 않았다.
그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바람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남겨두는 것이라는 걸.노르드윈드에는 이제 리안만의 바람이 아니라,
수많은 발걸음이 만든 흐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그가 떠나든 남든 상관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었다.리안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 바람이면… 어디든 갈 수 있겠어.”남겨진 바람은 그렇게,
새로운 하늘을 기다리고 있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