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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6부 ― 바람의 무게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6. 23:34반응형
아르디아전의 승리는 팀의 운명을 바꾸었다.
도시 곳곳에서 ‘노르드윈드의 기적’이라는 이름이 울려 퍼졌다.
신문, 라디오, SNS—모두가 그들의 부활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관심은 곧 새로운 부담이 되었다.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졌고, 언론은 “노르드윈드, 이제 우승 후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훈련장에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예전엔 서로를 응원하며 뛰던 선수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생겼다.
누군가는 “이젠 진짜 강팀이 됐어.”라며 웃었고,
또 누군가는 “우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주저했다.
바르탄 코치는 그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리안, 요즘 팀이 어딘가 불안하다.”
그가 말했다.
리안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다들 너무 높이 떠 있어요. 바람이 강해질수록, 중심을 더 낮춰야 하는데…”
바르탄은 미소 지었다.
“그래, 네가 그걸 느꼈다면 아직 괜찮다.”그러나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다음 경기 상대는 몬테라노 FC, 리그 중상위 팀.
노르드윈드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건 곧 방심으로 이어졌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수비 실수로 실점.
이후 연속 두 골을 더 내줬다.
전반이 끝났을 때 점수는 0대3.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락커룸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토미가 주먹으로 벽을 쳤다.
“우린 이길 줄만 알았지, 싸우는 걸 잊었어!”
카이는 고개를 숙였고, 로렌은 말없이 신발끈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리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들, 바람이 무섭죠?”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우리가 만든 바람이 너무 세져서, 이제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바람이 우리를 무너뜨릴 수도 있고, 다시 일으킬 수도 있어요.”
그는 천천히 손을 펴며 말했다.
“바람은 힘이 아니라 ‘방향’이에요. 우리가 방향을 잃었을 뿐이에요.”후반전이 시작됐다.
리안은 중앙에서 공을 받자마자 깊게 숨을 들이켰다.
하늘이 흐려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이 바람의 무게를 받아들이자.”그의 발끝에서 나온 공은 예리하게 휘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흐름을 이용했다.
토미가 달려들어 그 공을 잡았고, 빠르게 슈팅을 날렸다.
텅!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하지만 리안이 이미 달려들어 있었다.
그는 공을 다시 밀어 넣었다.
골!
1대3.관중석이 다시 살아났다.
릴라 매니저는 주먹을 쥐며 외쳤다.
“좋아, 다시 불기 시작했어!”
바르탄은 벤치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건 리안의 바람이 아니라 팀의 바람이다.”후반 30분, 노르드윈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리안이 코너킥을 준비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번엔… 바람이 우리를 시험하네요.”
그는 살짝 미소 지었다.
공이 날아갔고, 로렌이 머리로 받아 골문으로 보냈다.
2대3.경기 종료 5분 전, 리안은 공을 잡고 전진했다.
수비 둘이 달려들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눈은 골대가 아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지금, 바람이 내려와요.”
그는 오른발로 강하게 찼다.
공은 크게 휘어졌다.
한순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공이 궤도를 바꾸며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골!
3대3.관중석이 폭발했다.
“노르드윈드! 노르드윈드!”
선수들이 리안을 끌어안았다.
그의 얼굴엔 땀과 눈물이 뒤섞여 있었다.
“형, 봤죠? 이제 바람의 무게를 버틸 수 있어요.”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그날의 경기보다 더 값진 것은 따로 있었다.
팀은 처음으로 ‘무너진 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락커룸에서 바르탄은 말했다.
“승리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너희는 그걸 잊지 않았다. 그게 바로 노르드윈드의 힘이다.”밤이 되자, 리안은 혼자 운동장에 남았다.
그는 골대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쳤고, 먼 하늘에서 바람이 천천히 내려왔다.
“이제 알아요. 바람은 가벼운 게 아니라, 무거운 거였어요.
그 무게를 견디는 게 진짜 강함이에요.”그는 공을 천천히 올려차며 속삭였다.
“이제, 이 바람을 지탱할 수 있어요.”공은 별빛 아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며 잔디 위에 부드럽게 닿았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흔들림이 아니라, 균형이었다.리안은 미소 지었다.
노르드윈드의 바람은 이제 ‘흩날리는 바람’이 아니라,
‘세상을 밀어올리는 바람’으로 바뀌고 있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