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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2부 ― 다시 달리는 바람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22. 22:14반응형
리안이 팀에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는 아직 목발을 짚고 있었지만, 매일 아침 훈련장에 나와 동료들과 함께 했다.
그가 다시 경기장에 등장한 날 이후, 노르드윈드의 공기는 달라졌다.
선수들의 눈빛엔 불이 다시 켜졌고, 패스 하나에도 서로의 신뢰가 묻어났다.바르탄 코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리안, 넌 경기장에서 뛰지 않아도 이미 뛰고 있어.
지금 팀 전체가 네 호흡으로 움직인다.”
리안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전 이제 바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법을 배우는 중이에요.”하지만 그는 속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원하는 건 여전히 그라운드 위의 바람이었다.
붉은 잔디 냄새, 슈팅 직후의 공기 떨림, 관중의 환호—그 모든 게 그리웠다.
그의 무릎은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며칠 뒤, 바르탄은 리안을 불렀다.
“다음 경기는 홈 경기다. 네가 벤치에 앉아주는 게 좋겠어.”
리안은 놀란 듯 물었다.
“저… 정말 괜찮을까요?”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뛰는 것도 경기의 일부다.”
그 말은 짧았지만, 리안의 심장을 강하게 울렸다.경기 날, 노르드윈드의 홈 구장은 오랜만에 꽉 찼다.
관중석 곳곳에서 푸른 깃발이 펄럭였고, 리안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벤치에 앉아 팀 조끼를 입었다.
“이제 바람이 다시 돌아왔어.”
카이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우리도 함께 불자, 리안.”상대는 몬테라노 FC, 예전에 리안을 쓰러뜨렸던 팀이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뛸 정도였다.
리안은 벤치에서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절대 멈추지 않아요.”휘슬이 울리고 경기 시작.
전반 초반부터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
토미의 슈팅이 골대를 스치고, 로렌의 수비가 상대의 찬스를 막았다.
하지만 전반 30분, 노르드윈드의 실수가 나왔다.
중앙에서 공이 끊기며 실점.
0대1.
관중석이 잠시 정적에 잠겼다.리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이 근질거렸다.
‘저기에 내가 있었다면…’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저들이 뛰는 바람이야.’후반전, 노르드윈드는 점점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상대의 수비는 단단했다.
시간은 흘렀고, 남은 시간은 5분.
바르탄이 리안 쪽을 바라봤다.
“리안.”
그의 눈빛엔 결심이 담겨 있었다.
“뛰어볼래?”리안은 숨이 멎는 듯했다.
“저…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바람이 완벽할 필요는 없어.
그저 불 수 있으면 되는 거야.”리안은 천천히 목발을 내려놓았다.
무릎이 약간 떨렸지만, 그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었다.
관중이 웅성거렸다.
“리안이다! 리안이 들어온다!”
그의 이름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후반 종료 3분 전, 교체 투입.
리안은 중앙선에 서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하늘엔 노을빛이 번지고 있었다.
그는 속삭였다.
“돌아왔어요, 바람.”첫 터치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두 번째 터치에서 그의 발끝이 살아났다.
카이가 측면으로 빠지며 외쳤다.
“리안! 오른쪽!”
그는 그 방향으로 강하게 공을 밀었다.
패스는 완벽했다.
카이가 올린 크로스가 로렌의 머리에 닿았다.
텅!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1대1.
관중이 폭발했다.
리안은 무릎을 짚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통증이 다시 올라왔지만, 그는 웃었다.
“그래… 이게 내가 그리워한 바람이야.”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팀원들이 달려와 그를 들어올렸다.
토미가 외쳤다.
“돌아왔다! 진짜로 돌아왔다!”
바르탄은 벤치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그래, 이제 바람은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왔군.”그날 밤, 리안은 경기장 한가운데에 혼자 섰다.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빛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그는 속삭였다.
“이제 알겠어요.
바람은 떠나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있었던 거예요.”그의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은 대답하듯 나직이 흘렀다.
그 순간, 노르드윈드의 진짜 이야기가 완성되기 시작했다.그들은 다시 달리고 있었다.
이번엔 바람이 그들을 이끌고,
리안이 그 바람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