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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4부 ― 바람의 그림자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4. 23:47
라치오라전이 끝난 다음 날, 도시엔 여전히 그들의 이름이 돌았다.“기적 같은 동점골!” “노르드윈드, 비 속의 반란!”신문의 사진 속 리안은 비를 맞으며 웃고 있었다.하지만 그 웃음은 짧았다.훈련이 다시 시작되자, 바르탄 코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리안.”그가 말했다.“너, 경기 막판에 독단으로 뛰었지?”리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네. 하지만 그건—”“전술상 네 자리가 아니었다.”바르탄의 목소리는 냉정했다.“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방법까지 옳은 건 아니야.축구는 한 사람의 바람이 아니라, 열한 명의 방향으로 부는 거다.”락커룸의 공기가 얼어붙었다.토미가 조심스레 말했다.“코치님, 그래도 리안 덕분에 비겼잖아요.”“그래. 하지만 리안의 플레이가 실패했으면?우린 또 0대1로 졌을 거다.”그 말에 모두가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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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3부 ― 잔디 위의 약속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3. 22:36
노르드윈드가 첫 승을 거둔 지 일주일, 도시의 공기가 달라졌다.신문은 “기적의 바람, 노르드윈드 FC 첫 승리”라는 제목으로 리안을 표지에 실었다.그러나 정작 리안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지 않았다.그는 기자들의 인터뷰를 피하고, 늘 하던 대로 새벽 훈련장에 나와 공을 찼다.그의 눈엔 아직도 저 멀리, 더 큰 바람이 보였다.훈련장 한켠에서 릴라 매니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웃으며 물었다.“리안, 이제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리안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아니에요. 우리가 이긴 건 운이었어요. 바람이 잠깐 우리 쪽으로 불었을 뿐이에요.”“그래도 이긴 건 사실이잖아.”리안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하지만 저는 다음 바람을 준비해야 해요. 바람은 기다려주지 않거든요.”며칠 후, 바르탄 코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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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2부 ― 다시 부는 첫 바람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2. 21:34
겨울의 초입이었다.찬 공기가 훈련장에 내려앉고,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노르드윈드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0대9의 굴욕 이후 두 달, 그들은 패배를 잊지 않았다.하지만 그 패배를 부정하지도 않았다.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팀의 뼈 속에 남아 있었고, 그것이 바로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리안은 공을 한 번 찰 때마다 속으로 말했다.“이건 어제의 패배를 한 걸음 더 멀리 미는 거야.”그리고 바람이 불면 그는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오늘도 왔네요.”훈련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바르탄 코치는 쉬는 시간조차 줄였다.“리그에서 웃고 싶다면, 지금 숨을 참아야 해.”그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신념이 있었다.릴라 매니저는 선수들에게 따뜻한 물과 수건을 건네며 속삭였다.“여러분,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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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1부 ― 무너진 날의 약속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1. 22:32
0대9.그날의 숫자는 리그 기록에 남았고, 팀의 마음에도 깊게 새겨졌다.노르드윈드의 기사 제목은 전부 같았다.‘리그 최악의 참패’, ‘섬의 바람은 멈췄다’, ‘노르드윈드, 방향을 잃다.’기사 속의 활자는 잔인하게 선명했다.다음 날 훈련장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잔디 위엔 바람도 불지 않았다.리안은 혼자 공을 들고 서 있었다.어제보다 더 무겁고, 어제보다 더 조용한 공이었다.그는 그 공을 몇 번 차봤지만, 공은 단 한 번도 예전처럼 날아가지 않았다.그의 발끝은 멈춰 있었고, 그의 눈빛은 꺼져 있었다.그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아직 바람은 남아 있다.”리안이 돌아보니,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은 카이가 서 있었다.그는 웃으며 리안을 바라봤다.“형… 이제 걷는 거 괜찮아요?”“아직 뛰긴 힘들어. 하지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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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0부 ― 0:9의 굴욕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0. 21:04
아르디아전이 끝난 지 일주일, 노르드윈드의 훈련장은 다시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전술 회의에서도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0:2의 패배였지만, 그 경기에서 모두가 느낀 건 단순한 ‘실력 차이’ 이상의 것이었다.레오네의 팀은 완벽했다.그들의 움직임은 계산된 예술이었고, 노르드윈드는 그저 그 예술을 바라보는 관객에 불과했다.“우리도 뭔가 해야 해.”주장 대행 로렌이 입을 열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리안만이 창문 바깥의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바람이 변했어요.”그 말에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이젠 우리가 가볍게 달릴 수 없다는 뜻이에요. 더 무겁게, 더 단단하게 버텨야 해요.”로렌은 한숨을 쉬었다. “바람 얘기 그만해라, 리안. 이제 현실을 봐야지.”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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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9부 ― 라이벌, 아르디아의 천재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9. 22:02
리안의 첫 골 이후 노르드윈드는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역 신문에는 “섬소년의 바람, 북부를 뒤흔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고, 몇몇 클럽 스카우트들도 흥미롭게 그 이름을 메모했다. 하지만 리안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새벽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공을 조용히 찼다.그날도 그는 잔디 위에서 바람의 결을 느끼고 있었다.“오늘은 남쪽 바람이야… 부드럽지만, 안에 힘이 숨어있네.”그 순간,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바람을 믿는다는 소문, 진짜였구나.”리안이 고개를 돌리자, 푸른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햇살을 받은 금빛 머리카락, 가볍게 미소 짓는 얼굴, 그러나 눈빛은 냉정했다.“난 레오네. 아르디아 SC 소속이야. 들어봤겠지?”리안은 고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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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8부 ― 리안의 첫 골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8. 21:59
가을의 바람이 불었다. 벨타노 북부리그의 중반을 향해 가던 어느 날, 노르드윈드는 드디어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관중석은 여전히 절반이 비어 있었지만, 지난 경기의 승리 이후 사람들의 눈빛엔 약간의 기대가 섞여 있었다. “요즘 그 팀, 바람 타고 달린다더라.” “그 섬 출신 꼬마가 뭔가 다르대.” 이런 말들이 경기 전부터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리안은 경기장 중앙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이 길게 흐르고 있었다. 서쪽에서 부는 따뜻한 바람, 카이가 말하던 ‘좋은 예감의 바람’.그는 속삭였다.“오늘은… 불 거야. 확실히.”상대는 노마디아 클럽, 리그 중위권이지만 전술이 날카로운 팀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노르드윈드는 초반부터 고전했다. 상대의 빠른 패스와 정교한 압박은 노르드윈드의 리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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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7부 ― 잃어버린 리더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7. 22:58
노르드윈드의 변화는 눈에 띄었다. 훈련장이 활기를 띠고, 선수들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예전처럼 공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욕 대신 웃음을 던졌다. 리안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그가 아니라, 팀의 주장 카이 스토머에게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카이는 원래 팀에서 가장 완벽한 선수였다. 누구보다 체력이 좋고, 누구보다 정확했다. 하지만 그는 늘 혼자였다. 동료들은 그를 ‘냉정한 기계’라 불렀다. 그런 카이가 리안의 방식에 처음엔 반감을 보였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어느새 그는 훈련 중에 리안에게 의견을 묻고, 공이 흐르면 먼저 움직였다.그러던 어느 날, 리그 2차전이 열렸다. 상대는 프리모 스파르타 FC, 거친 플레이로 유명한 팀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몸싸움이 심했다. 리안은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