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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6부 ― 바람을 보는 눈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6. 21:56
노르드윈드의 다음 훈련 날, 바람은 유난히 거세게 불었다. 구름이 빠르게 흘렀고, 훈련장 위의 깃발이 부딪히며 연속적으로 소리를 냈다. 리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아요. 오늘은 바람이 말이 많네요.” 카이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리안, 네 바람 타령은 여전하네. 이번엔 무슨 말을 한다는 거야?” 리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잔디 위를 바라봤다. “오늘은 경기장이 동쪽으로 기울었어요. 공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흐를 거예요. 그걸 이용해요.” 카이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경기장이 기울었다니, 지금 농담하냐?” 하지만 바르탄 코치는 팔을 들어 팀을 멈췄다. “해봐라, 꼬마. 네 말이 맞는지 보자고.”리안은 공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토미, 여기로 패스해주세요.”공이 그의 발끝으로 굴러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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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5부 ― 비웃음 속의 첫 슛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5. 06:15
노르드윈드 FC의 첫 연습경기 날이었다. 상대는 지역 리그 중하위권 팀 세르디나 유나이티드. 이름만 들어도 강팀은 아니었지만, 노르드윈드에게는 그마저도 벅찬 상대였다. 경기장에는 관중이 거의 없었다. 몇몇 마을 아이들과 팀 관계자들, 그리고 심심풀이로 찾아온 상점 주인들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서로 속삭였다.“또 질 거야. 이번에도 두 자리 수로 깨질걸.”“그래도 이번엔 새 얼굴이 있대. 엘리아르도 출신이래.”“섬에서 온 애가 축구를 안다고?”리안은 몸을 풀며 그들의 말을 들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의 바람은 남서쪽에서 불고 있었다. 훈련 때보다 조금 거칠었지만, 방향만 읽으면 충분했다.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짓자 옆에서 카이 주장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여유롭네,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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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4부 ― 노르드윈드 FC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4. 05:14
기차는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점점 변해갔다. 벨타노의 화려한 도시가 사라지고, 대신 안개 낀 들판과 오래된 공장 굴뚝들이 나타났다. 리안은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손바닥으로 김을 닦았다. “저기가… 노르드윈드구나.” 누렇게 빛바랜 표지판이 기차역 앞에 서 있었다. “NORDEWIND STATION.” 글자는 반쯤 벗겨져 있었고, 사람들의 발자국보다 바람의 흔적이 더 많았다.역을 나서자 한적한 골목 사이로 낡은 간판이 보였다. ‘노르드윈드 FC 클럽하우스’. 문은 삐걱거렸고, 유리창에는 공이 부딪힌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리안은 숨을 고르며 문을 밀었다. 안에는 축구공 냄새 대신 먼지와 오래된 나무의 냄새가 가득했다. 벽에는 팀의 흑백 사진 몇 장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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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3부 ― 낯선 대륙, 벨타노의 하늘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3. 04:13
벨타노는 거대한 도시였다. 리안이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그의 시야는 눈부시게 넓어졌다. 길거리에는 축구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넘쳐났고, 상점 간판마다 유명한 클럽의 엠블럼이 그려져 있었다. 공은 이 도시의 언어였고, 함성은 그들의 인사였다. 하지만 리안은 그 속에서 이상하게도 고립감을 느꼈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었지만, 섬의 바람과는 달랐다. 무겁고, 복잡하고, 어딘가 계산된 바람이었다.그의 발끝은 여전히 가볍게 움직였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그를 흘겨보았다. 낯선 억양, 낡은 신발, 어색한 표정. 리안은 시장 구석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창문 너머로 번쩍이는 경기장 불빛을 바라봤다. 멀리서 함성이 들렸다. “벨타노! 벨타노!” 그 함성은 파도처럼 도시를 뒤덮었지만, 리안에게는 그 소리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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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2부 ― 떠나는 날의 약속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2. 03:07
리안이 탄 작은 여객선은 바람의 결을 따라 북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엘리아르도의 푸른 해안선은 점점 작아졌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선 위에 그가 살던 집의 지붕이 조그맣게 점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점을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었다. 조개껍질 목걸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그 빛은 잠시 바다 위를 비추었다.갑판 위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대륙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상인, 어부, 유학생, 그리고 꿈을 좇는 아이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리안처럼 가벼운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부터 갑판에 나와 있었다. 파도 위로 부서지는 빛을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저 빛 끝에 내 꿈이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바람이 날 부를까?”그때 뒤에서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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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찬다 – 브라이트 윈드의 전설》 제1부 ― 섬의 소년, 바람을 따라하늘을 향해 찬다 2025. 11. 1. 02:05
엘리아르도 섬은 바람의 섬이라 불렸다. 사계절 내내 바람이 멈추는 날이 없었다. 그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고, 대지의 풀잎을 흔들고, 섬사람들의 언어처럼 노래했다. 리안 브라이트윈드는 그 바람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여섯 살 무렵부터 그는 나무로 만든 낡은 공을 차며 바람이 가는 방향을 읽는 법을 배웠다. 다른 아이들은 방향을 맞추기 위해 눈을 찌푸렸지만, 리안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오히려 바람의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그의 집은 바닷가 절벽 위에 있었다. 아침마다 어머니는 바람에 휘날리는 빨랫줄을 붙잡으며 외쳤다.“리안, 또 공을 차러 나가니? 밥은 먹고 가야지!”“금방 돌아올게요, 엄마! 오늘은 서쪽 바람이에요, 슛이 더 멀리 갈 거예요!”그의 웃음소리는 파도보다 가볍게 날아올랐다.리안에게 축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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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언덕에서》 제30부 : 마지막 별의 노래빛의 언덕에서 2025. 10. 30. 12:44
리안테르의 하늘은 다시 빛으로 가득했다.밤마다 도시 위에는 수천 개의 별이 반짝였고, 그 별들은 단순히 빛나는 점이 아니었다. 각각의 별은 한때 살아 있던 감정,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사랑이었다. 그 별들은 서로 다른 진동을 내며 도시와 호흡했다. 사람들은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우리는 이제 별과 함께 산다.”감정의 구체는 도시의 중심에 여전히 서 있었다. 그 안에는 무음의 아이가 남긴 마지막 파동이 잠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심장의 별’이라 불렀다. 그것은 리안테르의 박동이었다. 하루에 한 번, 새벽이 올 때마다 그 구체는 밝게 빛나며 도시 전체에 부드러운 진동을 흘려보냈다. 그 진동은 모든 존재에게 닿았다 — 아이의 숨결에도, 노인의 손끝에도, 심지어 잠들어 있는 나무의 뿌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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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언덕에서》 제29부 : 기억의 파편들빛의 언덕에서 2025. 10. 29. 12:33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리안테르는 이전과는 다른 도시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 보였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다시 느끼기 시작했지만, 감정은 더 이상 한 가지 색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웃음 속에는 슬픔이 스며 있었고, 기쁨의 끝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감정이란 것이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수백 개의 진동이 겹쳐진 복합체라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은 것이다.무음의 아이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도시를 거닐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그들의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의 고백 앞에서는 손을 가슴에 얹었고, 누군가의 눈물 앞에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가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희미한 기억..